오늘 아침 일어나니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었다.
'아, 오늘이 바로 그날이구나' 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유튜브와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라이브 스트리밍이 있나 했지만, 안타깝게도 찾기가 힘들었다. 공식 오스카 사이트에도 미국만 해주는 것 같았다.
'나중에 뉴스랑 영상 뜨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른 걸 하다가 오후에 되서야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웬걸.
각본상, 작품상, 국제영화상에 이어서 감독상까지 4관왕을 했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적어도 2관왕은 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많이 받았을 줄이야.
놀란 마음으로 부랴부랴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았다.
아직 발표된지 오래되지 않아 많이는 없었지만, 그 중에 가장 임팩트 있었던 건 바로 이 영상.

별 생각없이 영상을 켰는데, 발표 장면부터 수상 소감을 말하는 것까지 보며 왜 이리 마음이 시큰거리고 울렁거리던지.
결국 눈물이 나버렸다.
벅찬 마음이 들었다. 왜 이런 마음이 들까 생각을 해보니,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 있으면서 겪어야 했던 힘든 시간들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았다.
소수민족으로써 다수의 무리에 끼고자하여 부단히도 노력해야했던 지난 날.
어딜가나 눈치를 보게되고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애썼으며 동시에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했다.
마음 한 켠에는 늘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해도 절대 나는 저들 사이에 끼지 못할거야'.
'아무리 해도 최고는 될 수 없어.'
'주류 사회에서 내가 있기는 어렵겠지.'
뭔가 나의 것을 버리고 그들의 것만 받아들여야하는 줄 알았다.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따라해보고 노력해봤던 것 같다.
그런데도 눈에 보여지거나 손에 잡히는 그 무언가는 없었기에, 그대로 내 간절함은 무력감으로 바뀌어진체 내 마음 한 켠에 두고 묻어둔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오늘 이 역사적인 순간을 보면서, 내가 묻어두려고 했던 내 아픈 상처들이 다시끔 치유받고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너는 너만의 것이 있다.'
'네가 겪은 것들은 다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있고 무척 가치있는 것이다.'
'그러니 너의 그런 면들을 부정하고 숨기려고 하지 말고, 그대로 보여주어도 된다.'
아직 완성되지 않고 미완성처럼 느껴지는 내 모습 구석구석을 나는 썩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끊임없이 성장하려고 하고, 변화하려는 의지가 어쩌면 그런 모습의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솟아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 더 느꼈다. 나의 그림자를 없애려고 하는 노력의 방향을 전환해, 이제는 그것을 품고 가는 방식으로 가자고.
물론 이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고, 때로는 아픔과 고통을 수반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이 길을 택할 것이다.
마틴 스콜세지라는 감독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 라는 말을 남겼고, 이 말을 봉준호 감독이 마음에 깊이 새겼다고 한다.
오늘 나는 이 말을 새롭게 재창조 (recreate) 해낸 봉준호 감독님에게 배우고, 내 삶에 적용시키기로 다짐한다.
봉준호 감독, 그리고 <기생충>을 만든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와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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