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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한 조각 | Daily life

블로그 시작 / 블로그 실패 요인 3가지

by Ariel All Ways 2020. 1. 31.

2018년 가을, 콜로세움에서 동생이 찍어준 인생샷. 이럴 때 요긴하게 쓰이네 :)


 

나는 블로그를 해보려고 총 2번 시도했었다.

처음 블로그를 오픈했던 건 아마 3~4년 전인 것 같은데, 한창 호주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뭔가 심리학에서 배운 지식과 나의 이야기를 올리면 사람들이 흥미롭게 봐주지 않을까 싶어서

급 떠오른 아이디어로 네이버에 블로그를 개설했었다.

 

그때부터 꾸준히 포스트를 쓰고 관리를 했다면 어쩌면 나의 글을 봐주는 사람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대개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는 2~3개의 포스트만 올리고선 바로 그만둬버렸다.

 


 

두번째 경험은 바로 최근이다.

 

1년 전 내가 이스라엘에서 일한 회사는 유저가 자신의 사이트를 직접 개설할 수 있는 유명 플랫폼이었는데,

도메인을 등록하거나 여러가지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이용료를 내야한다.

직원인 덕분에 받은 공짜 쿠폰으로

'나도 한번 이참에 내 사이트를 열어봐?'하고 시작한 내 홈페이지는 

스킨에서부터 구성, 도메인까지 모두 완벽한 세팅을 해놓았다.

심지어 얼마 전에 불현듯 생각이 나서 들어가 봤는데, 포스트도 5개 정도였다(기억 전혀 안남).

아마 시작 버프를 받아 열심히 했었나보다.

 

그.러.나.

 

역시나 시간이 흐르며 그 홈페이지 또한 거미줄이 쳐졌고(?),

나를 뺀 그 어느 누구도 그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 사실에 씁쓸한 마음을 느끼며, 자동으로 갱신되는 이용료를 취소하기 위해

재빨리 버튼을 눌렀더랬다.

 


 

이것이 바로 내 사이트. 언어 설정도 있어서, 한국어 버전 사이트도 있다(...) 참 열심히 했었더랬다.

 

 

자, 그럼 이쯤에서 나도 한번 자문해봐야 할 것이 있다.

왜 나는 블로그 유지를 전혀 하지 못했을까? 지금 이 글을 쓰며 내 스스로를 돌아본다.

크게 한 3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1. 블로그 이 까짓 꺼, 쉽겠지 뭐 - 라는 안일한 마음

 

그냥 블로그를 만들고 글만 쓰면 될 줄 알았다.


아니, 사실 맞는 말이지만 마치 이건

'다이어트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

'공부는 집중력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된다' 같은 말이랄까.

 

어쩌면 블로그를 만든 날로부터 그 한 주 동안은 시작 버프를 받아

열심히 글도 쓰고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이건 새로 산 옷이나 화장품 열심히 입고 쓰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버프 효과가 가신 후에는 오로지 내가 글 쓰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거나 의미를 발견해야만 지속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며 글쓰기가 얼마나 힘든 것이였는지 잠시 간과했다는 생각이 스친다.)

 

글 쓰는 건 내가 초등학생 때까지는 참 좋아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중학교부터 공부하는 것의 심각성을 (필요이상으로) 깨닫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부터는 글 쓰는 것이 아예 내게는 어려움과 두려움으로 자리잡았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엄청난 작문을 해야했기 때문에.

 

그 후로부터 나는 글 쓰는 게 더이상 "마냥" 좋지만은 않았고,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게 되었다.

따라서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두 번째 만든 내 사이트에서는 '영어로 글을 써보자!' 라는 큰 포부도 있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더 부담감이 다가왔던 것 같다. 이건 3번에 자세히 썼음.

 

요약: 블로그 운영이 쉬울 거라고 기대했던 것에 비해 글쓰기는 어렵다는 것을 느낌.

 


 

2. 내 글을 공개로 할까? 비공개로 할까? - 헷갈리는 마음

 

내가 써놓고도 좀 웃기긴 하지만...

블로그는 원래 남에게 보여주는 글을 담는 곳이다.

하지만 블로그를 개설할 당시에 여러가지 힘든 일, 스트레스, 내면의 갈등이 있었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힘들었던지라

나는 이걸 고스란히 글로 적어서 조금이라도 해소해보고자 했었다.

(물론 지금도 힘들 때가 찾아온다. 그런 글을 적을 때는 한구석에 모아놓을 생각이다.)

그런 글들은 도대체 공개로 해놓아야 할지, 아니면 비공개로 해놓아야 할지, 감이 서질 않았다.

 

공개로 해놓자니 부끄럽고, 비공개로 해놓자니 아쉽고(?).

글을 써놓아도 올릴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의 연속이 되자, 블로그를 지속할 의미를 점점 잃어갔다.

 

요약: 글을 써도 블로그에 공개할 수 없게되어 글쓰고 싶은 열정이 사그러듦.

 


 

3. 한국말로 쓸까, 영어로 쓸까... 우리말로 글쓰는 것에 대한 패배감(?)

 

웃기지만 이것도 한 몫했다. 

 

영어를 더 늘리고자 했던 나는, 의도적으로라도 영어 사용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했으며

따라서 글도 영어로 써야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영어로 글을 쓸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것이지만,

문제는 내가 한국어로도 글쓰는 습관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영어로 갑자기 글을 쓰려니

장애물로 따지면 2개의 벽을 한번에 넘어야하는 셈이었다.

"글쓰는 행위 자체"와 "영어로 글쓰기".

 

그러니 이건 뭐. 이게 과제거나 페이를 받는다면 스트레스 빡빡 받아가면서 하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니.
정신 건강에 해로운 건 걍 관둬버렸던 것 같다.

 

우리말로 글을 쓰면서도 묘한 패배감(?)과 무능력하다는(?) 그런 마음이 들어서,

이것 참 재미있게 글을 쓸 수가 없었다. 한국말로든 영어로든.

 

요약: 영어 어려움. 한국어 싫음. 관둠.

 


 

아무튼 이로써 내가 전에 블로그를 실패했던 요인 3가지를 적어봤다.

이번에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내가 가진 목표 및 다짐을 여기다가 적어볼까 한다.

 


 

1. 블로그는 결코 쉽지 않다. 안일한 마음은 버리지만, 처음부터 너무 무리는 하지 않는다. 

 

2. 비공개 글을 올릴 때는 그냥 글쓰는 과정에서 만족하자. 글쓰는 연습이라고 생각해도 좋고.

 

3. 우리말로 글쓰는 것이 익숙해지면, 영어로도 조금씩 시도해보자.

 

4. 이번에는 내 삶 전체를 여러가지 파트로 나눠서 기록해볼 예정.

키워드는 '번역가', '영어 공부', '세계여행', '신앙', '일상' 등이 있다.

 

 

5. 이렇게 했는데도 안되면 말고. '아직 때가 아닌가부다' 생각하고 가볍게 접자. 데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