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리랜서 번역가 | Freelance Translator/도전! 번역가 되기 | Becoming a Translator

초보 프리랜서 번역가의 고민과 다짐

by Ariel All Ways 2020. 2. 7.

 


이건 동시 통역할 때. 실력이 완벽하진 않지만 번역보다는 재미를 더 느끼는 편이다.

 

 


 

번역으로 돈 벌기가 쉬울 줄 알았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많이" 벌기가.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첫 직장으로 현지화 담당 직원(localization writer)에 채용됐고,
퇴사 후에도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번역 에이전시로 연결해주어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직접 여러 번역 회사나 에이전시의 문을 두드리며

"혹시 저 좀 고용해주실 수 있나요?"하고 이력서를 내밀거나 시험을 쳐서 합격한 경험은 없다 이 말이다.

 

몇 번 시도하면 나도 여러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오고

그 후로 일을 주면 열심히 번역하면서 수입을 버는... 그런 기대를 했었다.

 


 

현실은 팍팍했다. 왠지 당분간 계속 고배를 마셔야 할 것 같은 예감.

 

요 며칠 도서관과 카페를 오가며 번역 일을 따보려고 이력서를 다시 꾸역꾸역 써내고 이메일로 돌려보았다.

노동착취형 회사나 내 분야가 아닌 일을 제외해서 적어도 10~20군데 정도 이메일을 보낸 것 같다.

번역 회사에 합격하려면 시험을 쳐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답장으로 시험지를 날려보내줘야 하는데 그런 회사는 20~30% 정도인 듯.

 

그동안 시험은 2번 쳤고, 둘 다 떨어졌다.

하나는 전문적인 분야라 그러려니 했는데, 나머지 하나는 그렇지도 않고, 예전에 풀타임 직원으로 합격한 회사라 그런지 속상했다.

물론 영-한 번역이 아닌 한-영 번역이라 조금 부족했을 수는 있었겠지만. 이 회사는 다시 재시험을 쳐보기로 했다.

 

이제 3번째 페이퍼를 받은 상태인데, 의료 전문 분야라 어렵게 느껴져서 아직 시작할 엄두를 못 냈다.

영-한 번역이지만 한국에서 의학 공부를 한 게 아니라 호주에서 했기 때문에 한-영보다 차라리 이게 더 어려운 것 같다.
(이 사실을 간과했다.)

이 일에 합격한다 하더라도 마감을 잘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결론은 짧은 시간 내에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1-2달 정도 노력하면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나 했는데,

웬걸. 1년까지 존버하는 일이었다 이게.

어떤 번역 마켓 (번역 일 구하는 사이트)에서는 3년까지도 본다고 한다.

 

물론 나는 풀타임으로 일하며 번역을 전업으로 삼거나 오래 이 업계에서 일할 생각은 아직까지 없다.

당분간 이것을 수입원으로 삼는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장기간의 여행을 가려고 계획했었으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근래에 경험하고선 좌절도 하고, 이게 커지다 보니 여행에 대한 회의 마저 들었다.

내가 여행을 가려고 했던 동기와 목표 마저 흔들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여차하면 바로 떠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만 조금 안정이 되면 좋겠다.

 

여행에 대한 꿈이 희미해지고

번역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걸 깨달으니

마음이 어느 정도 섰다.

 

여차하면, 그냥 무작정 떠나보는 것이다.

 

어차피 지금은 바이러스 때문에 여행 갈 분위기가 잘 안나고 하니,

한국에서 일 구하기를 조금 더 시도해보다가 

정 안되면 그냥 떠나보는 거다.

 

모아놓은 돈이 아직 조금 남아있다. 이걸 탕진하면 유럽 일주는 할 수 있겠다 싶으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돈 때문에, 환경 때문에 내가 목표했던 꿈이 흔들리고 사라진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나 자신의 가능성과 동기를 의심하고 있었다.

 

결론은 "조금만 더 해보고, 안되면 뜨자!"이다.

그러니까 조급해하지도 말고, 불안해하지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