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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번역가 | Freelance Translator/도전! 번역가 되기 | Becoming a Translator

[영-한 번역] 10,000자를 3일 안에 번역하라고...??

by Ariel All Ways 2020. 2. 25.

 


마감일을 알게 된 후 나의 내적 표정


 

 

 

 

 

 

 어쩐지 나를 바로 채용하더라...

 

  며칠 전, 습관처럼 매일 들르던 번역 마켓 사이트에서 중국의 어떤 에이전시가 올린 영-한 번역 의뢰 글을 보았다.

글을 대강 훑고서 역시 습관처럼 bid(입찰)를 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메일로 직접 연락이 왔다.
내 rate(가격) 그리고 daily output(하루에 번역할 수 있는 양)을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오 빠른 답장!' 하고 잘됐구나 싶어서 열심히 적어보냈는데, 바로 rate를 깎아달라고 답장이 오더라.

그래도 아직 베테랑 번역가가 아닌 나한테는 무난한 조건이어서 오케이를 했는데, 바로 source text(원문)를 보내주면서 양을 얼마나 소화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더라.
파일은 2개였는데, 각각 5000자였다. 보아하니 sns 메세지(아마 트위터인 듯?)들인 것 같아서, 내 수준에도 무리가 없을 듯 하였다.

그래서 "세보니까 10000자더라. 양은 다 커버할 수 있다"라고 하니까 웬열.

 

3일 안에 완료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니,

구인 글에는 분명 하루에 2-3시간 정도만 하면 된다고 해서 지원한 건데. 이건 절대 그렇게 해서 될 양이 아니었다.

그래서 바로 이메일로 "이게 최대한 늦은 마감일이니? 더 늘려줄 순 없겠니?" 하고 보냈더니 겨우 하루 늘려줌.

 

그리고 알고보니 번역만 하는 게 아니라, 기계번역 감수도 같이 해야하는 거였다.
그러니까 translation + MT(기계번역) review...

 

근데도 안일한 마음으로 "에이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넘겼던 거 같다.

 

 

 

 

 

 

 

 

 

 그 때 바로 NO 했어야 했는데...

 -섣부른 욕심과 부족한 자아통찰이 부른 결과-

 

 

이메일 받은 당일은 약속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그 다음날부터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딱 번역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럴 수가.

 

100자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림...

 

3시간쯤 되니까 '이거 안되겠다. 대충 얼마나 걸릴지 시간계산을 해보자' 해서 계산기를 켰는데

내 기억으로 한 40시간이 넘었다. 그러니까 3일 후에 내야하는데, 4x시간 동안 일을 해야하는 거...
하루에 12시간씩 해도 모자랄 판국이었다.

 

그제서야 심각성을 깨닫게 된 나는 고민에 빠져부렀다.

내가 미친듯이 버닝해서 이 일을 완수할 것인가,

아니면 이메일로 못한다고 해야할까.

 

5분 정도 고민해보니까 답이 금방 나왔다. 난 이걸 못한다.

돈을 엄청 많이 준다면 또 모르겠지만 이건 계산해보니까 (내 속도에는) 최저시급도 안되는 노동이었다.

메리트가 1도 없어따.

 

곧바로 이메일로

"미안하다. 도저히 안될 것 같다. 내가 반 정도는 마감일 안에 완수할 수 있는데 안되겠니?" 라고 했더니
"노노. 마감일 안에 못하면 아예 안됨" 이라고 왔다.

나: "그럼 다른 translator는? 다른 사람이랑 같이 하면 안됨?"

회사: "(대답 안함) 마감일 안에 못하면 일 줄 수 없음"

 

어쩔 수 없이 나는 내가 한 번역을 전송하면서 "더 마감이 길고 양이 적은 일감이 있으면 알려줘"라고 남겼다.

 

 

 

 

 

 

 

 

 내가 얻은 교훈.

 

  날씨도 따스했던 금요일 오후를 스타벅스에서 쳐박혀서 내내 번역만 했던 터라, 시간 쓴 거에 비해 남는 게 없는 것 같아 씁쓸했지만 아니었다. 내가 얻었던 교훈이 하나 있었다. 

바로 욕심을 부리지 말 것... 당장 돈 벌 기회에 눈이 멀지 않게 할 것... ㅠㅠ
그리고 내 자신을 바로 알 것. 나는 절대 번역 속도가 빠르지 않다. 아마 평균 이하일 것이다.

느림보인 내 자신을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번역량만 받아야 하는데 이번에 톡톡히 배웠다.

 

어쨌든 그 중국 에이전시에는 번역가로 등록을 했고, 나중에 일감을 고르는 데 좀 더 기준이 생긴 것 같다.

반면교사 삼아 다른 번역가 분들은 이런 경험을 피해가기를 바라면서 오늘 일기 끗.

 

(다른 분들은 혹시 저와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댓글로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