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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리뷰 | Reviews of Everything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서울 내한공연 후기 - 진한 여운을 남기다.

by Ariel All Ways 2020. 3. 25.

 

추가 1.
배우 중 확진자가
 나오게게 되어 4월 1일부터 공연이 2주간 잠정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모든 배우진, 스텝 및 공연 관계자들의 건강이 무사하기를 바랍니다.

 

추가 2.

3월 18-31일 동안 공연을 관람한 관객도 가급적 자가격리를 시행하라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이에 해당되는 저 또한 공연을 본 날짜부터 2주간 외출을 자제할 계획입니다.

 


 

 


 

 

 

아직도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울린다.
<Music of the Night>을 부르는 조나단의 목소리가...

정말 가사 그대로,
"The phantom of the opera is there... inside my mind"이다.

 

 

 

작년 가을쯤이었을까,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이하 '팬텀'으로 속칭)가 무려 7년 만에 내한공연을 한다는 광고를 본 것이.
그때만 해도 내가 이번 봄에는 한국에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기에 '기회가 된다면 꼭 봐야지' 하고 마음속으로만 저장해놓았더랬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나는 꼼짝없이 한국에 강제스테이(?)를 기약없이 하게 되었고

일상에 활력소가 되줄 수 있는 문화생활이 뭐가 있을까 찾다가 팬텀이 기억나게 되었다.

 

알아보니 가격은 VIP석이 무려 17만원이나 하는 가격이었지만,
감사하게도 우리 남친님께서 화이트데이 선물로 예약해주었다. :)

 

인터파크로 예매했는데, 앞 좌석이 없는 상태에서 대기를 걸어놓으니 얼마 안있어 무려 4열!
4열 중간 쯤에 두자리가 빠져서 냉큼 GET!

 

 

 

 

 

시간 날때마다 이거 보면서 우리 둘 다 흐뭇해 함.ㅋㅋ

 

 

 

 

이 자리를 구하고 얼마나 둘 다 기뻐했는지 모른다.ㅋㅋ

가끔씩 꺼내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나는 내가 구한 것도 아닌데도 뿌듯).

시간아 얼른 지나라! 하며 공연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취소가 될라나 싶었는데,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이런 시기에는 방콕하는 게 최고지만, 그래도 너무나 보고 싶던 공연이라 우리가 먼저 취소할 수는 없었다. TTㅋㅋ

 

 

오빠는 프로 뮤지컬 관객러(?)답게 공연 한달 전부터 넘버도 계속 듣고,
배우진 영상과 25주년 뮤지컬 영상도 정주행하고 아주 열심히 예습하면서 지냈지만,

나는 그냥 기본적인 스토리와 넘버 멜로디만 알아두려고 영화 <오페라의 유령>만 공연 며칠 전 본 게 다였다.

 

(근데 보길 무지 잘한 듯 하다. 안 봤으면 뮤지컬에서 이해도가 떨어졌을 듯!
팬텀이 처음이시라면 영화를 꼭 보고 가시길 추천드려요!)

 

 

아무튼 기다리던 그 날이 드디어 어제, 3월 24일이었다.

저녁을 먹고 늦을새라 택시를 타고 용산 블루스퀘어 공연장을 도착.

 

뮤지컬 <아이다> 이후로 약 한 달만인 블루스퀘어는 팬텀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포스터를 보니까 더 두근두근 설렘설렘.

정문으로 들어가려니까 닫혀있었던 것 같아서 빌딩 오른쪽에 있는 다른 문으로 입장!

 

입장객들 일일히 열 체크하고

대인소독기였나? 아무튼 소독 스팀이 나오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어서 뭔가 안심도 되었다.

 

그리고 공연 내내 전 관객 마스크 착용도 필수였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최대한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듯 보였다.

 

 

 

 

 

 

 

티켓박스에서 티켓을 받고 다시 확인한 우리의 자리는 4열 :) 헤헷.

 

 

 

 

 

 

 

이 날 캐스트에서 팬텀 역의 조나단 록스머스(Jonathan Roxmouth)가 아닌 얼터가 나오면 어떡하나 살짝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조나단이었다! 오예!

 

저 세 주인공이 다 나온다는 걸 확인하곤 무척 기뻤다 :)

 

 

 

 

 

 

저번에도 똑같은 곳에서 찍었던 인증샷들.ㅋㅋㅋ 
이번엔 아이다가 아니라 팬텀이다!

 

 

 

공연 시작 몇분 전,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생각보다 4열은 엄~청 가깝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영화관의 4열과 비교해보자면 그렇다.

 

하지만 배우들의 표정이나 의상의 디테일함 정도는 다 볼 수 있었기에, 자리는 정말 만족했다.

나중에 한번 아예 1-2열에도 앉아보고 싶긴 하다. 목이 아프다고 하긴 했었는데 인간의 욕심+호기심은 끝이 없는 듯..ㅋㅋ

 

 

 

 

 

 

 

나중에 커튼콜 때 내가 일어섰을 때, 이런 느낌으로 무대가 보인다.

 

자막은 무대 양 옆에 2개씩 스크린이 있었는데(위에 1개 아래에 1개),
사실 넘버 중에 여러 명이 불러서 가사가 오버랩되고 알아듣기 어려운 몇몇 곡들 빼고는 스크린을 자주 보지는 않았다.

 

이래서 영화를 보고 오는 게 좋은 것 같다.

 

 

 


 

나의 감상평 

 

 

공연이 시작되기 전, 자막 스크린으로

 

'이번 코로나 사태로 모두 힘든 상황이지만 오랜 시간 기다려준 관객들을 위해 막을 올리게 되었다,
배우진과 스태프들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했다, 공연을 보시면서 위로가 되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글이 띄워졌는데, 제작팀의 진심이 느껴져서 이미 공연을 보기도 전에 감동이었다.

그리고 이 감동은 조나단 팬텀의 등장 후 더욱 진해지는데, 그건 조금 이따가 나누겠다.

 

 

영화에서처럼 뮤지컬에서도 경매장의 '샹들리에'를 매개체로 스토리가 시작되는데, 이때 나는 정말 어마무시한 충격과 놀라움에 휩싸였다.

오프닝이 마치 내가 그 세계로 빨려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웅장하고 약간은 기괴한 오케스트라의 음악과 샹들리에의 움직임이 나를 단번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아닌 그 시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데, 이렇게 멋진 오프닝은 <라이온킹> 이후로 처음이었다. 다른 느낌으로 엄청난 임팩트를 안겨주었다.

 

세트와 의상과 소품 모두 하나하나 감탄사가 나올 지경으로 퀄리티가 뛰어나고 스케일이 어마무시했다.

 

 

'도대체 저 무대는 뒤가 얼마나 넓은 것인가' 라는 생각을 <아이다> 때는 안 했는데 이번에는 했을만큼, 착시효과를 이용해서 세트를 구성한 건지는 몰라도 정말 주어진 공간을 200% 활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스토리가 오페라 극장 안에서 대부분 전개되는 것이기에, 어찌 생각하면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매 무대마다 색다른 세트구성을 볼 수 있어서 볼거리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배우들도 내 생각보다 훨씬 인원이 많았다.

 

<Masquerade> 넘버를 부를 때 특히 더 압도적으로 와닿았는데, 휘양찬란하게 화려한 의상들을 제각기 입고 합창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정말 눈을 어디다가 둬야될지 모를 정도로 엄청난 무대였다.

 

 

 

 

<Masquerade>를 부를 때의 무대. (이미지 출처: https://www.koreatimes.co.kr/www/art/2019/12/690_280347.html)

 

 

오페라면 오페라, 발레면 발레, 뮤지컬이면 뮤지컬, 뭔가 장르를 마음껏 넘나드는 종합예술공연 같은 느낌도 들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이 과도하고 정신없다는 느낌이 아니라 한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았다.

 

'마! 봐라! 이게 바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의 명작 뮤지컬이다!'

 


...라는 느낌으로,
정말 수십 년간의 공연을 한 노하우와 경험들이 쌓여 거듭 발전해 온 뮤지컬의 끝판왕 같다.

 

 

그냥 공연시간 내내 단 1초도 허비하지 않고
모든 것을 총동원해 관객들의 눈과 귀와 마음을 매료시켜 버린다.

 

 

 

 

커튼콜까지 다 끝난 후에도 연주를 계속해주신 오케스트라 팀. 최고!

 

 

 

자, 이제 팬텀 역을 맡은 조나단 록스머스 얘기를 해야할 때가 왔다.ㅋㅋ

왜냐면 <오페라의 유령>의 처음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나게 하드캐리를 한 사람이 바로 조나단인 것 같기 때문이다.

 

 

뮤지컬이 끝나고 나랑 오빠는 조나단만 놓고 열띤 이야기꽃을 피웠다.

오빠의 표현에 의하면 조나단은 another level, 즉 '다른 차원에 있었다'라고 했다.

다른 배우들도 모두 흠잡을 데 없이 잘했지만, 조나단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팬텀 그 자체가 된 혼연일체한 무대를 보여준 것 같았다.

 

누군가의 목소리만으로 사람들에게 이렇게 감동과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단순히 '노래를 잘하고 스킬적으로 뛰어나다'라고만 평할 수 없는 조나단의 노래는,

귀에만 맴도는 게 아니라 마음 깊은 곳까지 닿는 것 같았다.

 

 

다른 배우들을 볼 때는 뭔가 이게 '뮤지컬'이라는 의식은 계속 들게 했었는데,

조나단의 팬텀을 보면 그 생각이 아예 안 들 정도로 그냥 팬텀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하게 된다.

 

정말 그는 Born to be 팬텀이 아닐까?

 

 

 

이미지 출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1021623382841

 

 

 

메인 테마 곡인 <The Phantom of the Opera>만 귀에 익숙하던 나는,
이번 뮤지컬을 보고서 팬텀이 혼자 부른 <Music of the Night>에 완전히 꽂혔다.


아마 나와 비슷한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싶다. 뮤지컬 들어갈 때는 메인 넘버, 나올 때는 뮤직 오브 더 나잇...

영화에서 들을 때는 지나쳤던 곡이, 조나단 이라는 배우가 부른 것만으로도 새롭게 재해석되는 느낌이었다.

 

팬텀만의 어둡고 신비로운 내면의 세계가 노래로 아름답게 표현된 느낌.

(지금도 듣고 있다. 정말 오묘하고 아름답다.
밤에 글을 쓰거나 작업을 할 때 들으면 평온하고 감동을 받을 것 같다.)

 

 

분명 팬텀이라는 캐릭터는 안타까운 과거를 지녔지만 결국 그가 한 행동들은 엄연한 살인이었고, 폭력이었다.

내가 크리스틴이었으면 당연히 라울을 택했을 것이라고 굳게 다짐한 내 의지는 조나단 팬텀을 보고난 후 팬텀으로 급 기울었다면 말을 다한거다 정말.ㅋㅋ

 

그만큼 그의 목소리는 정말 호소력이 짙다.

 

마지막 엔딩 무대에서 크리스틴과 라울이 배에서 부르던

그가 느끼는 비탄과 외로움이 절절히 와닿는 느낌이었다.

 

 

 

 

체구도 엄청 크고 성량도 남달라서, 무대에서 그가 주는 존재감은 엄청났다. (이미지 출처:https://jonathan-roxmouth.tumblr.com/post/187005294036/jonathan-roxmouth-at-the-phantom-of-the-opera-tel)

 

 

 

뮤지컬 감상평을 뭔가 조나단으로 마치는 것 같은데, 조나단으로 마치는 것 맞다.ㅋ

팬텀은 정말 기승전 조나단.

 

(나중에 또 그의 뮤지컬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뭐든지 믿고보는조나단 일듯.)

뮤지컬 본 날 밤 너무 감동에 취한 나머지 나의 팬심을 조나단 dm으로 표현한 건 안비밀. 답장은 못 받았지만 흑흑

 

 

전 세계적으로 모두 어려워하는 이 시기에 이 뮤지컬을 본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예술로 아픔이 치유가 되는 것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아래에 조나단의 <Music of the Night> 영상 2개를 올린다.

주의: 실제 공연이 100배 더 좋음.

 

 

 

 

 

 

 

 

 

간단 요약:

 

<오페라의 유령>은 정말 살면서 한번쯤 볼만한 뮤지컬인 것 같다.


다른 팬텀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조나단 팬텀이 최고!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읽었거나
영화 <오페라의 유령>
을 보신 분들께

 

- 남녀노소 누구나
(어두운 장면도 괜찮다면)

 

- '어떤 뮤지컬을 봐야할지 잘 모르겠다!'
뮤지컬에 입문하시는 분들

 

- 실패없는 문화생활을 찾고 있을 때

 

특별한 데이트를 계획하는 분들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