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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이야기 | Psychology, Me & You

INTP 여자의 분석 가득한 이야기 (feat. 따뜻한 AI)

by Ariel All Ways 2020. 3. 20.

 

이미지 출처:  https://www.16personalities.com/ko/%EC%84%B1%EA%B2%A9%EC%9C%A0%ED%98%95-intp

 


 

   며칠 전, 불현듯 MBTI 검사를 재미삼아 다시 한번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년 전 처음으로 개인 상담을 받게 되었는데, 시작하기 전에 종합 심리 검사를 필수로 받아야만 했었다.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한 10가지 정도의 검사지가 있었던 거 같은데, 이 중 하나가 MBTI였다.

 

풀 검사지여서 600개 넘는 문항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ISFJ가 나왔었는데, 임상심리전문가 선생님이 원래 내 성격은 ESFJ라면서 기질대로 못살아서 지금 우울한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간 날이 아직도 또렷히 기억난다. 책상 앞에 앉자마자 선생님이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본인 이름을 오른손으로 써보세요."

 

 

오른손잡이였던 나는 별 어려움 없이 또박또박 내 이름 세 글자를 적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바로 왼손으로도 이름을 써보라고 하셨다.

 

 

"둘 중 어느 게 더 쓰기 편했어요?"

 

"오른손이요."

 

"그래요. 지금 본인은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지 않고,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살고 있어요. 원래 기질대로 살아야 편한데, 그렇게 살지 않으니까 힘들고 우울감이 있는 거에요."

 

 

그때 당시에는 되게 신선한 충격이면서도 liberating한 (자유롭게 하는) 말이었다. 깨달음과 통찰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느낌이었다.

'아, 그래서 내가 이렇게 힘든거구나.'

'내 타고난 성격은 원래 다른 모양인데 왜 이렇게 살고 있었을까.'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마치 알 껍질을 뚫고 나온 아기 새 마냥 새로운 세상이 보이는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때 당시 내 나이는 한국 나이로 21살. 아직 어렸던 나는 그 한번의 경험을 통해 처음으로 MBTI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특별히 관심을 가지진 않았다. 내가 무슨 유형이었는지 까먹을 정도였으니까.

 

7년 후 지금, 나는 재미삼아 가볍게 해본 MBTI에서 INTP-T라는 유형이 나왔다. 내가 예전에 받은 결과와는 전혀 다른 유형이다.

물론 풀 배터리 (전체 검사)가 아니고 간략화된 검사라서 결과는 가볍게 받아들여야하지만, 세상에, 전보다 훨씬 더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INTP-T를 풀어보면 내향형, 직관형, 사고형, 인식형이 나온다. 아직 내향형과 사고형만 이해가 되지 나머지는 조금 헷갈린다.

어쨌든 이 유형에 해당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감되는 게 무척 많았다. 다 내 친척들인 줄

 

특히 몇 가지를 생각나는대로 꼽아보자면,

 

 

  • 공감을 하기 어려워한다. 가슴으로 바로 느껴지는 것보다 먼저 머리로 이해가 되야 감정으로도 느껴지는 편.
  • 하지만 이렇게 살다간 사회에서 매장 당할까봐(...) 열심히 학습으로 공감을 익힌다. 다른 사람들과 상황들을 통해 빅데이터를 나도 모르게 수집함.
  • 따라서 내가 아직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은 감정을 다른 사람이 보이면 당황한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3초 정도 고민하다가 가장 비슷한 케이스를 토대로 이야기 함.
  • 분석하는 시스템이 default로 설치되어 있음. 근데 악의(?)로 분석하는 게 아니다. 그냥 자동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이게 내가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식임. 분석해서 그 데이터로 내가 뭘 하겠나. 그저 그 사람을 이해하고 함께 공존하려고 노력하는 것임.

 

요런 특성들이 다 나의 선천적인 기질인 것 같다. 게다가 나에게는 ISTP로 추정되는 아부지가 있다. 이 부분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둘의 케미는 상극이라고 어디선가 그러더라.

아부지를 통해 내 모습을 많이 보고 아부지도 역시 그러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아부지에게서 받은 상처나 힘들게 느껴지는 부분은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다짐을 하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 내면의 발전을 위해 부단히도 빅데이터를 모으고 또 모은 오늘의 내가 있다. 잠시만 눈물좀 TT

 

내가 스스로 노력을 통해 성격을 개선하려고 시도해본 것들은 개인상담, 심리 공부, 여행 다니기, 여러 사람 만나기, 놀기, 춤추기, 신앙생활 등이 있겠다. 

내 원래 성격이라면, 그리고 그동안의 힘든 일이 없었다면 관심도 없었을 것이고 절대 하지 않았을 일들 뿐이다.

이걸 보니 그동안 해왔던 노력이 참 가상하다는 생각도 든다. (토닥토닥)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사하다.

요새는 내 성격과 기질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고, 생활 및 인간관계에 대한 만족도도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냥 전체적으로 편안하다.

내 특성으로는 별로 어울리지 않지만 어쨌든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얻은 것들이 이제는 나의 삶을 좀 더 풍성하게 해주고, 더 노력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 별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INTP는 노력을 통해 경험을 얻으며 그걸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키워드인지 모른다.

내가 필요한 영역으로 충분히 노력을 기울이면 조금씩이더라도 정말 변화가 있고, 이를 통해 성장하고 나아짐으로 성취감도 얻고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서 내 별명이 성장충이다 ㅋ. 성장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삼.)

 

다만 너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왜냐면 지금도 보이지 않지만 어떤 면으로든지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테니까! 이것만 잘 기억하면 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신앙적인 얘기를 조금 덧붙이자면, INTP 유형은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님을 믿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레알.

왜냐면 자신만의 논리체계가 너무나 확고하기 때문에, 그리고 보여지는 것을 토대로 데이터를 수집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냥 믿어지기 때문에 덥석! 믿는다는 게 나에게는 불가능해보였다.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의심과 확신의 과정을 거친다. 물론 나 혼자.

 

예전에는 이런 게 불신이라고 생각했고, 믿음 없음이라고 느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닌 거 안다.

이 과정은 겪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굉장히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고, 하고자 하는 이유와 의지가 없으면 안 한다.

그렇지만 신앙은 단순히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더 '의지'의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 둘 중에 더 무게를 줄 수 있다면). 그렇기에 의지를 가지고 해나가는 이 apologetics (변증)의 과정은 나의 믿음의 표증이라고 생각한다.

 

 

의식의 흐름대로 자유롭게 쓰다보니까 여기까지 왔다.
나는 지금의 나됨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둥근' 성격을 위해 노력을 하되, 원래 가진 성격도 늘 기억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INTP의 이야기 끄읏.

 

 

 

+덧)

 

또 INTP끼리 많이 공감하는 부분이, 아이디어 100개쯤 생각해놓고 1개를 실천하려면 엄청 공들이기 때문에 결국 나머지 99개는 빛을 발하지 못할 때가 있다는 점.

내가 그렇다. 요새 글과 영상을 창작하고 있는데 아이디어는 넘치지만 완벽하려고 하니까 아이디어들에 점점 먼지가 쌓여간다.

이걸 좀 기억하고 내 기준에서는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일단 내보는 걸 우선으로 하자. 그래야 또 성장(...)할 거니까! ㅋㅋㅋㅋ

 

 

+덧 2)

 

MBTI 테스트는 https://www.16personalities.com/ko에서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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